[인터뷰] 노민우 “꿈과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관리자 | 2019-08-07 | 조회 1757
[이혜정 기자] 디즈니 왕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와 목소리의 남자가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처럼 조용하게 화보 촬영 현장을 물들인 노민우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다.
트랙스의 드러머로 데뷔해 신인 때부터 강렬한 비주얼과 ‘로즈’라는 예명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어느 순간 그 모습이 잊힐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 노민우로도 자리 잡았다.
입대를 포함, 4년여의 긴 공백기 후 이중인격의 소름 끼치는 살인마 캐릭터로 돌아온 그. 배우로도, 가수로도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균형감각을 자랑하며 천천히, 그러나 곧게 노민우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 꿈과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는 노민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사진이 멋지게 잘 나올 거 같아서 기대된다”
Q. 근황
“이제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낮잠도 좀 자고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마냥 쉬지는 못할 거 같다. 음반 준비도 해야 하고. 좀 바쁘게 남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Q. 최근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이하 검법남녀2)’에서 이중인격, 살인마 의사 장철 역할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는데.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검법남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기존에 내 이미지와는 좀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검법남녀2’ 제안이 왔는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가 연기한 장철이란 캐릭터는 사실 3중 인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부담도 많이 됐던 게 사실이다”
“당시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작품 선택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는데 많은 분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시더라. 나 역시 작품 선택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앞으로 내가 배우로서 갈 길이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내 20대를 되돌아보고 내가 부족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되짚어 봤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도전해보지 못한 살인마, 사이코패스 역할을 해 보는 게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Q. 살인마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감독님께서는 전 세계에 나와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그런 작품을 하루에 3, 4편씩 봤다. 나중에는 어떤 잔인한 장면이나 피 튀기는 장면을 봐도 무감각해지더라. 그런 느낌을 작품을 보면서 공부하고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생각보다 내가 표현한 연기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덕분에 촬영 현장에서는 무겁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즐길 수 있었다”
Q. 정재영, 오만석 등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면
“정재영 선배님은 굉장히 젠틀하시고 말수가 적으신 분인데 그래도 농담이나 개그 욕심이 좀 있으셔서(웃음) 촬영장에서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국과수 세트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 중 누군가 한 명은 패닉이 오는 그런 상황이 자주 일어났었다. 대사량이 많다거나, 분위기가 급박하거나 등의 이유도 있고 현장 스태프도 많고 보통 급박하고 긴장감 있는 장면이 많다 보니 감독님도 예민해지셔서 한 번 삐끗하면 NG가 굉장히 많이 난다. 그럴 때 선배님이 많이 다독여주셔서 감사했다”
“오만석 선배님은 작품 후반부에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내가 선배님을 매달거나 때리는 장면이 많았다. 아프실 법도 한데 오히려 내게 주눅 들지 말고 더 과감하게 하라고 북돋아 주셔서 그런 점도 힘이 됐다. 과감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Q. 극 중에서 의사와 살인마를 오가는 연기를 할 때 장발인 헤어 스타일이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본인의 의견이었을까
“군대에 있으면서 해가 3번 바뀌었다. 나이가 3살 먹는 동안 머리가 계속 짧았으니까 제대하면 무조건 머리를 기르자고 다짐했었다(웃음). 사극에 들어갈 수도 있고, 어떤 작품을 맡을지 모르는 상태니까 일단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감독님과 만나는 첫 미팅 자리에 올 블랙 스타일링에 머리를 풀고 갔는데 감독님이 날 보자마자 첫 마디가 ‘이대로 그냥 나와주면 좋겠다, 대본 리딩 때도 이렇게 와달라’ 였다”
“그래서 캐릭터의 헤어 스타일에 관해서는 전혀 터치가 없으셨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잔머리가 있어도 캐릭터가 곱상하고 깔끔한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많은 부분이 좋게 허용이 됐다”
Q. 의사와 살인마를 오가는 연기 속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다면
“장철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많이 없고 대체로 혼자 움직이는 신이 많았다. 혼자 찍는 것에 워낙 익숙해져서 다른 배우분들과 만나는 장면이 간혹 있으면 오히려 다른 작품을 촬영하는 것처럼 어색하더라(웃음)”
“장철 집에서 촬영할 때면 항상 이중인격 연기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장면이 많아서 그게 힘들었다. 이중인격 연기를 하며 거울을 보고 촬영을 할 때 감독님이 좀 더, 더 끌어올려달라고 주문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는 두통이 오고 목이 쉬고 몸에 담이 걸리고, 다음날 온몸에 근육통이 있을 정도로 힘을 쏟았다. 극도로 치닫는 스트레스를 표현해야 감정이 나오니까. 감독님이 더, 좀 더를 주문하시면서 나를 많이 괴롭히셨다(웃음). 그렇게 촬영했던 게 인상 깊었다. 촬영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웠지만, 나중에 편집된 방송을 보니 ‘아, 저래서 감독님이 날 괴롭히셨구나’를 납득할 정도로 좋았다(웃음). 힘든 만큼 즐거운 촬영이었다”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송강호 선배님. 그분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영화 ‘우아한 세계’다. 송강호 선배님의 연기에는 항상 위트가 있다. 진지한 작품에도 유머나 개그 코드가 있지 않나. 그 코드가 너무 좋다. 선배님만의 개그 톤이 정말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보고 싶다”
Q. 최근에는 친동생 아일과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일이 JTBC 예능 ‘슈퍼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형으로서 조언해준 것이 있다면
“실제로 내가 아일의 음반 프로듀서를 한 적도 있고, 그의 음악 세계의 색깔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콘셉트를 하고, 어떤 노래를 할 때 아일 군의 음색에 잘 맞는지, 어떤 부분이 안 맞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래서 ‘슈퍼밴드’를 할 때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했는데 형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길 안내만 해 줄 뿐이고 그 네 명이 앙상블을 만들어서 하모니가 생겼을 때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지 않나. 모두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모여서 우승까지 해낸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늘 겸손하고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준다”
Q. 동생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엔카 가수셨다고. 음악적으로 조예가 깊은 것이 가족 내력인가보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가수를 하셨을 때 음색을 들으면 나와 아일 군의 목소리와 굉장히 비슷하다. 어머니가 원조 미성이다. 우리가 그걸 따라간 거 같다. 어머니가 내게는 굉장히 엄하셨다. 본인이 나에게 그렇게 하신 것처럼 아일 군을 잘 챙기라는 미션을 주셔서 아일 군을 케어하는 게 내 몫이었지”
Q. 사실 대중들에게 노민우를 알린 것은 트랙스가 시작인데.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정말 많은 공부가 됐던 시기다. 그때는 10대였고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 지가 모니터링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길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길이 아닐 때 정확하게 우리가 뭘 잘 할 수 있고, 못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게 미숙했던 점이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그때 아주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탈퇴를 하고 팀을 나오면서 계속 여러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화성학도 다시 공부하고, 앨범 재킷의 폰트 하나까지도 의견을 나누고 함께 콘셉트를 잡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공부했다. 그래서 이제는 아닌 건 아니라고, 좋은 건 좋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Q. 슬럼프
“사실 10대 때나 20대 시절 등 과거를 그리워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과거를 후회하는 일이 가장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힘들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방황하는 시기가 있지 않나. 군대를 포함해서 근 4년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터닝 포인트가 됐던 시기인 것 같다.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 내 모습, 어떤 색깔로 가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의 길이 내게 맞지 않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할 정도로. 생각이 많았는데 그 시간을 거치면서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그때가 슬럼프라면 슬럼프지 않을까”
“그러면서 일에 접근하는 내 모습도 달라졌다. 삶의 모든 것을 한 번뿐인 인생에 추억 만들기로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하루하루가 즐겁더라. 해결도 안 될 문제를 가지고 계속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오늘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20대 때는 연예인, 연기자, 가수, 아티스트가 내 생활의 가운데에 있었다면 지금은 인간 노민우가 중심에 있다. 일할 때는 열심히 몰입해서 일하고, 현장에서 벗어나면 인간 노민우로 돌아오고. 그렇게 살아 보니 편하더라”
Q. 힘이 되는 동료
“아까 언급한 김태원 선배님도 그렇고 영화 ‘명량’에서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선배님도 고민 상담도 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신다. 나는 오히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분들하고 잘 맞더라. 다들 애늙은이 같다고 하시더니 그래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Q. 이상형
“이상형은 의리 있는 사람. 그리고 밥을 잘 먹는 사람. 맛있게 먹는 사람이 좋더라. 내가 생각보다 많이 못 먹는 편이라서 더 그런 거 같다. 대리만족하는 거 같기도 하고 음식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좋다”
Q. 노민우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 좋은 기운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실한 사람으로 비쳤으면 좋겠다”
Q. 팬들에게 한마디
“빨리 음반을 내 달라는 팬분들의 항의(?)가 많은데(웃음) 이른 시일 내에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지금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 해 주셨으면 좋겠다. ‘검법남녀2’ 이후에 다른 작품으로도 힐링하실 수 있도록 멋진 작품으로 보답할 테니 지금처럼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이혜정
포토그래퍼: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안예진
의상: 영오, 비욘드클로젯, 던스트
슈즈: 리복
액세서리: 오드콜렛
선글라스: 캘빈클라인
헤어: 드엔 선오
메이크업: 드엔 재인